24년조

2018. 1. 23. 15:24 from 만화

24년조는 쇼와 24년(1949년) 전후에 태어나 1970년대에 순정만화의 혁신을 불러온 일본의 여성만화가들을 부르는 말이다.  '꽃의 24년조'로도 불리며 연령과 작풍으로 이들의 후배격인 여성만화가들도 '포스트 24년조'로 불렸다.



멤버는  아오이케 야스코(青池保子, 대표작: 에로이카로부터 사랑을 담아) 

하기오 모토(萩尾望都, 대표작: 잔혹한 신이 지배한다, 포의 일족) 

오오시마 유미코(大島弓子, 대표작: 솜의 별나라, 구구는 고양이다) 

키하라 토시에(木原敏江, 대표작: 꿈의 비석) 

야마기시 료코(山岸凉子, 대표작: 아라베스크, 무희) 

키무라 미노리(樹村みのり) 

사사야나 나에코(ささやななえこ) 

야마다 미네코(山田ミネコ, 대표작: 최종전쟁 시리즈) 등.



1970년대 초반에 SF, 판타지 요소, 동성간의 사랑을 작품속에 도입하고, 테크닉쪽에서도 화면구성을 보다 더 복잡하게 시도하는 등 기존 순정만화의 상식을 뒤엎은 여성만화가들이 등장했다. 이들은 모두 '독자가 여성이니 여성 주인공을 등장시켜야 한다'는 통설을 깨고 소년이 주인공인 순정만화를 그렸음에도 많은 인기를 모았다. 


특히 타케미야 케이코와 하기오 모토는 소년지의 연재에서도 두각을 나타내었고 이들의 출생연도가 쇼와 24년 전후인 것과 오오이즈미 살롱에서의 교류 등 서로 깊은 친분을 맺고 있어 세간에서 '24년조'로 불리게 되었다. 하기오 모토와 야마기시 료코는 60대 중후반의 나이에도 (2010년 전후) 여전히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 




24년조가 세상에 이름을 날리게 된 배경으로 쇼각칸의 편집자 야마모토 쥰야(山本順也)를 빼놓을 수가 없다. 당시 소년 만화에 이어 순정 만화쪽에서도 슈에이샤-고단샤-쇼각칸은 경쟁관계였는데 고단샤에는 '나카요시'가 있었고, 슈에이샤는 '리본'과 '마가렛'이 있었던 반면 쇼각칸은 '소녀 선데이'가 1962년에 휴간을 맞이하면서 급속도로 두 출판사에 밀리는 처지가 되었다. 순정만화의 열세를 만회하는 사명을 띄고 야마모토는 1968년 불과 30세의 나이로 소년 선데이의 부편집장에서 물러나(!) 순정지 '소녀 코믹' 창간팀에 참여했다. 그러나 이미 유명한 작가들은 경쟁 출판사의 전속계약을 맺고 있어 작가를 확보하기란 무척이나 힘든 일이었고. 



그 때 야마모토에게 테즈카 오사무가 소개한 작가가 바로 타케미야 케이코였다. (야마모토는 테즈카 오사무의 '정글 대제'의 복각판 작업을 담당한 인연이 있음) 부모님의 뜻대로 고향의 대학에 다니며 학생운동에 참가하느라 만화를 멀리하고 있던 타케미야를 쫓아가 스카웃하는데 성공한 야마모토는 훗날 타케미야 케이코의 소개로 '나카요시'에서 SF작품을 거절당한 하기오 모토의 원고를 보고 큰 충격을 받고 연재를 부탁했다고 한다. 


타케미야 케이코가 하기오 모토와 함께 살고 있던 아파트는 자유로운 만화를 꿈꾸는 많은 여성 작가들이 함께 살거나 어시를 하거나 만화에 대한 토론을 하며 지내는 장소가 되었고 토키와장에 빗대어 '오오이즈미 살롱'이라고 불리게 되었다. 


야마모토는 1970년 '별책 소녀 코믹(베츠코미)' 창간의 부편집장으로 임명되었고 당시 신인이었던 24년조는 이 잡지의 연재진으로 대거 발탁되며 새 바람을 일으키며 1970년대를 상징하는 여성만화가들이 되었다. 70년대부터 80년대 후반까지 베츠코미의 평균 발행부수는 무려 80만부. 지금은 5만부 전후를 밑돌고 있다.


2011년인가의 하기오 모토 인터뷰에서도 야마모토 쥰야와 24년조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 인터뷰도 나중에 번역해보고 싶다. 여담이지만 하기오 모토는 편집자가 작품에 지나치게 개입하는 걸 꺼리는 성격이라 이거 고쳐라 저거 고쳐라 하면 그냥 안 그리고 말았다던데 그 점을 이미 야마모토가 숙지하고 들어갔기에 잘 맞았던 것이 아닐까 싶음.



토키와장은 너무 유명한 상징물이라 주석을 달지 않았는데 테즈카 오사무와 아카츠카 후지오 등등이 공동 하숙하고 지내면서 만화를 그렸던 아파트로 토키와장 프로젝트 등등 일본에서 수많은 리스펙트 결과물이 있어 굳이 언급하지는 않는다. 그에 비해 오오이즈미 살롱은 정말 관련 사료가 빈약하여 아쉽다.



Posted by cha_yoon :